
‘우연과 필연의 경계.’ 김예린 작가 개인전 제목이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빚어지는 작품의 결과가 우연, 혹은 필연으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개인전은 오는 15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도봉구 삼양로 삼각산시민청 갤러리에서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3번이나 미뤘다가 여는 전시회인 만큼 더 열심히 준비했다는 게 김 작가의 설명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젊은 작가 특유의 열정과 개성이 돋보인다. 잭슨 플록 류의 추상 표현주의에 맥락이 닿아 있지만, 도전적인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김 작가는 기존 작업 과정을 뒤집으며 회화와 조각,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없앤다. 전통적인 재료인 석고를 캔버스 대신 평면 화면으로 보여주고, 페인팅 화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회화의 속과 겉, 석고 안의 물감 경계도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다.

김 작가에 따르면, 그의 아이스 페인팅 작업은 석고의 연약함을 닮은 다른 재료를 모색한 데서 시작했다. 흔히 볼 수 있는 물을 얼음 상태로 실험해 보았다. 얼음이 얼려지는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하게 나타나는 추상 형태들이 겹쳐지며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것에 주목했다.
석고 작업과 유사하게 물감을 먼저 칠하고 그 위에 지지대를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액체상태에서 고체상태로 만들어진 작품을 또 한번 녹여 액체로 만들고 또 기체로 증발할 때 까지 기다린다는 점이 석고 작업과는 다르다.
작업 과정에서 ‘주’와 ‘종’의 관계를 허물었다는 것이 김 작가 작업의 큰 특징이다. 보통의 회화에서는 잭슨 폴록의 경우에서처럼 작업을 하기 위해 물감이 바닥에 묻지 않도록 천을 깔고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치워줘야 한다. 페인팅 행위와 까는 행위가 완전히 분리되고, 바닥에 까는 천은 페인팅을 하기 위해 받쳐주는 종속물이다. 하지만 그의 작업에서는 그런 관계가 무너진다. 좌대 위에 얼음을 놓고 캔버스 천에 흐르는 경우와, 크기가 다른 종이나 캔버스를 겹쳐서 작업을 했을 때, 퍼져나가는 물감들이 어떤 것이 주가 되고 종이 될지 그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이처럼 독창적인 세계를 열어 가고 있는 김 작가는 2019 미스코리아 경기 지역대회에서 우정상을 받는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갖고 있다.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했으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공력을 쌓아왔다. 개인전은 2016년(갤러리 공감)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판매한 작품과 굿즈 수익금 10%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힘쓰는 의료진들에게 기부할 예정이다.
한편, 삼각산시민청은 건물 입구에 체온측정기를 설치하고 손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방역 지침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출처: 문화일보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01114MW101030930236)